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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gagement

콩식빵

“막힌 길이야.”

 

사쿠라이는 그럴리가 없다는 듯 지도를 거꾸로 뒤집었다. 분명 길이 있다고 나와있는데. 거금을 들여 산 지도이니 결코 거짓되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아니면 역시 아까의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틀어야했던걸까?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앞두고 혹시 함정 같은게 있는지 오노가 벽을 더듬고, 니노미야는 만약을 위해 횃불을 들어준다. 마츠모토는 사쿠라이의 옆에서 같이 지도를 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아이바는.

 

”아.”

 

불길한 탄성이었다. 덜커덩 덜컹. 더더욱 불길한 소리다. 덜컹. 쾅. 그리고는 돌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



“미안해-“

 

엉망인 몰골로 사쿠라이 앞에 대기한 아이바가 우는 소리를 낸다. 축늘어진 귀와 꼬리는 수인족의 증거이자 호기심의 상징이었고, 그래도 아이바보다는 덜한 꼴을 한 나머지는 괜찮다고 손을 대충 저었다. 어차피 네가 안건드렸어도 누군가 한명은 건드렸을걸. 벽 중심에 박혀있는 붉고 커다란 보석이 골렘의 핵일거라고 생각하는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까, 니노미야가 횃불을 든 상태에서 그 벽에만 기묘하게 이끼가 껴있지 않은 것을 발견한 후는 좀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

 

벽 자체가 함정이라니 너무 비겁하다고 소리를 질러댔던 사쿠라이는 파티원들의 고통을 덜어내기 위해 전력으로 마력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아이바가 마지막 차례여서 나머지는 그런데로 간단한 외상 정도만 남은 상태였다. 역시 힐러 하나 더 들여야하는거 아니야.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오노에게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한 사쿠라이가 아이바의 치료마저 끝낸다. 휴. 다 됐어.

 

이 던전의 가장 깊은 곳에는 아무도 손댄적 없는 고대의 보물이 잠들어있다고 한다. 목격자에 의하면 그 보물의 정체는 오리하르콘인데, 원석 상태인지 가공된 상태인지 세공이 된 상태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그게 진짜로 있는지도 불명확하지만, 어쨌든 이런식으로 복잡하게 미로를 만들어놨다면 뭔진 몰라도 뭐가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모험가들이 몰려들고 있는 곳이다. 그런 와중에도 이 다섯명의 파티는 특이했다. 무려 결성한지 이틀뒤면 5년을 내다보는 수명질긴 파티는 여러가지 업적을 달성하고 있는 중이다. 방금 일어났던 일을 예로 들면, 한 던전에서 스무번 이상 쫓겨나기라던지.

 

난이도가 어렵다고는 들었지만 역시 헤딩은 무리였다. 처음에는 그래봤자 별다를게 있겠냐는 마음으로 지도도 없이 들어갔다가, 입구컷을 당하고 닫혀버린 철창을 붙잡은채 비명을 질렀다. 자존심이 상해 돌파를 강행했다가 함정에 쫓겨나고, 마물 무리와 정면으로 마주치고, 길을 잃어 출구로 되돌아오고, 덕분에 이 던전에서의 체류는 한달이 넘어가고 있다. 다행히, 별다른 이름도 짓지 않은 소규모 파티의 장점중 하나는 끈질기다는 것이다. 진작 포기했으면 다른 던전 심층부에서 일확천금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는 하지만.

 

“지도도 샀는데! 완전 사기야!”

 

힘들어서 그루터기에 걸터앉은 힐러는 아직 속에 남은 말이 많았다. 공략하라고 만들어놓은 던전이니 분명 돌파구가 있을텐데. 터지려는 머리를 쥐어뜯는 사쿠라이를 걱정스럽게 보는 시선들이 있는가 하면, 한쪽의 마츠모토는 그냥 크게 한숨을 쉬었다. 됐어. 밥이나 먹고 가자.

 

모닥불은 그런대로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던전 공략파티에 소속 되어있다보면 이런 스킬쯤은 초반에 마스터되는 법이었다. 특히 이 베이스 캠프는 스무번 이상 왔다갔다 했으니까. 그냥 잔나뭇가지를 상자에 모아놓는게 좋지 않을까? 좀 걱정스럽다는듯한 오노의 발언에는 의지가 꺾이니까 안된다는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사쿠라이는 이 던전에 매우 진심이었다. 오리하르콘의 연구가치는 그걸 팔았을때의 값보다 더 높고 귀중하다. 단지 가능성이라도 허투로 할 수는 없다.

 

냄비가 내려지는 소리는 언제나 활력을 되찾아준다. 오늘은 뭐 먹어? 살랑거리는 개과의 꼬리가 벌써 골렘의 공포는 잊은듯이 보였다. 팔짱을 낀 마츠모토는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필라프라는 답을 냈다. 다들 죽었다 살아났으니 영양식이 좋겠지. 탄수화물랑 식이섬유도 동시에 섭취하고, 고기도 소화하기 좋게 다지고.

 

고기라는 말에 만세를 부르짖는 아이바에게 팬이 내려진다. 건드린 잘못이 있는건 맞으니까. 쌀씻기는 아이바 담당. 냉정한 어투에 금방 풀이 죽은 동물귀가 솔직하기도 그랬다. 네에.

 

메뉴는 돼지고기 필라프. 첫번째, 쌀을 씻는다. 불릴 필요는 없지만, 묵은 쌀을 걸러내지 않으면 식감은 물론 향에도 영향이 간다. 한쪽에서 개과 수인이 찬물에 박박 쌀을 씻는동안 다른 사람들은 불을 피워 냄비에서 물을 끓인다. 무, 감자, 당근, 양파, 마늘의 껍질을 벗기고-양파의 싹은 잘라낸다-고기는 반을 잘라 반은 다지고 반은 깍둑썰기. 전부 한쪽으로 밀어 야채를 썰 공간을 만든다. 마츠모토는 가방을 뒤져 기름을 찾았다가, 병이 거의 바닥을 보이는걸 보고는 눈을 가늘게 했다. 이것도 사야겠네.

 

모두가 한가지씩 일을 맡아서 최종적으로 도마에 올라온 야채들은 마츠모토가 맡았다. 빠르고 깔끔한 솜씨로 야채들이 잘리는 동안 오노가 끓는 냄비에 적당히 양념으로 간을 한다. 직접 육수를 내면 더 좋겠지만, 던전공략은 지치는 일이었다. 시판용으로 나오는 큐브모양의 육수가 두 세개. 모닥불의 열기가 강해서, 제대로 녹을 수 있도록 저어주지 않으면 밑바닥에 달라붙기도 한다. 그 부분은 국자와 격투가의 손이 알아서 해줄것이다.

 

보통은 미소라던가, 다른 양념을 넣는 일도 있지만, 오늘의 메인은 스튜 같은게 아니라 필라프이니 적당한 소금간만 더 들어갔다. 후추를 쥐고 넣는게 좋을지 고민하다가 그냥 말자고 생각하는 시점이 오면 아이바가 다 씻은 쌀을 가져와 옆에 내려놨다. 무거워. 5인분이나 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많이 씻었네. 오노가 혀를 내두르자 다들 지쳤으니 많이 들어갈거라는 호언장담이 돌아오고.

 

육수가 물에 녹는 동안 니노미야와 사쿠라이는 그새 먼지가 쌓인 그릇들을 들었다. 수도시설이 있는 베이스 캠프를 빌리는건 다섯명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다. 이 던전은 난이도 때문에 오래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설이 발전해있는것도 장점 중 하나다. 다시 들어가면 그 골렘은 어떻게 해야할까? 걱정스러운 마법사의 의견에 니노미야가 콧소리를 낸다. 우리가 작동 시켰으니까 아마 다른 곳을 돌아다니지 않을까. 일단 안전하게 다른 길을 찾아보고, 없으면 눈치봐가며 그 길로 가봐야지.

 

깍둑썰기한 야채들은 냄비에, 다진 것들은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장 먼저 마늘을 넣어 향을 낸다. 아이바- 길게 부르는 소리에 오노의 옆에서 냄비의 상태를 보고 있던 아이바가 벌떡 일어나 도마에 남은 것들을 가져갔다. 순서 지켜서! 알고 있다는듯 긴 대답이 나오고 나서는 퐁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같은 야채를 써도 쌀과 함께 볶는것과 냄비에 끓이는건 차이가 있다. 감자는 열이 닿으면 쉽게 뭉게지고, 무는 매운맛이 있고 익히는 시간이 오래걸려 필라프 재료로는 적당치 않으니까, 전부 냄비에 넣는다. 이어서 당근이었다. 냄비 밖으로 떨어지려던걸 급하게 잡은 아이바가 좀 고민하다가 한조각은 그냥 먹어버린다. 무와 당근과 감자는 익는 것에 시간이 걸리니 충분히 시간을 두고, 어느정도 익었을 시점에 고기를 넣어야한다. 필라프에 넣으려고 다진 부분보다 조금 질긴 부위지만 푹 끓이면 문제 없을터였다. 접시를 들고 돌아온 니노미야가 오독거리는 소리를 내는 아이바를 보고는 마츠모토를 부른다. 또 재료 빼먹는다. 부라림이 돌아오기도 전에 펄쩍 뛴 아이바는 그냥 당근 한조각이라고 급하게 변명을 내고.

 

"좀 도와줘."

 

말이 나오는 시점에서 사쿠라이는 이미 마츠모토의 옆에 있다. 볶아지는 마늘과 양파의 향과 냄비의 육수향이 퍼지기 시작하면 정말로 저녁시간이 가까워진다는 느낌이 났다. 위치를 바꿔 마츠모토 대신 팬을 잡은 사쿠라이가 마늘과 양파가 타지않게 손잡이가 긴 나무주걱으로 젓는동안 나머지 야채들이 팬으로 쏟아졌다. 그래봤자 당근이지만. 다음에 마을로 내려갈때는 초록색 채소를 좀 더 사는게 좋겠어. 채소라는 말에 눈을 위로한 사쿠라이가 당장 생각나는 이름을 냈다. 파슬리? 물론, 마츠모토가 무슨소리를 하는거냐는듯 눈을 흘기긴 했지만.

 

재료들에 불이 붙지 않게 젓는건 할 수 있지만, 머리를 쓰는 힐러는 요리에는 영 재능이 없다. 다시 팬을 넘겨받은 마츠모토는 다진 야채들이 골고루 익도록 신경쓰며 재료들을 볶았다. 오노. 이어진 호명에 냄비 앞에서 하품을 하던 오노가 느리게 걸어서 아이바가 씻어놓은 쌀을 든다. 붓는다- 한가로운 소리에 마츠모토가 야채들을 옆으로 치우면 쌀이 쏟아져서, 치직대는 소리가 한층 커졌다.

 

젓가락으로 당근을 찔러보던 아이바가 고기를 넣고나면 냄비는 당분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베이스 캠프에 달려있는 간이용 식탁에 그릇과 식기를 놓던 니노미야가 들고 있던 것의 반을 주자 아이바도 차례차례 식기들을 놓기 시작했다. 빵 자를까? 필라프 있는데. 니노미야의 질문에 팬을 잡은 모험가겸 쉐프가 침음을 낸다. 놔두자. 아이바가 쌀을 많이 씻어서 필요 없을것 같아. 팬 한가득 볶아지고 있는 필라프를 넘겨다본 니노미야가 얌전히 빵을 다시 종이에 싼다.

 

"심층부까지 가면 골렘이 더 많을 것 같은데. 역시 대비해서 송곳이나 화살 같은걸 사러가는게 좋을 것 같아."

 

골렘이 하나만 있는 던전은 찾기 힘들다. 하나가 있으면 아래에는 더 있다는 말이 되었다. 할 일을 마친 오노와 사쿠라이가 이미 식기가 세팅되어 있는 테이블 옆에 앉는다. 너클을 쓰는 오노가 핵을 부술수도 있지만, 아까 본건 나무토막이 아니라 꽤 비싸고 단단한 핵인것 같으니까. 접근하면 위험한것도 있고. 대비책이 있어서 나쁠건 없다. 동의 하는듯이 콧소리를 낸 아이바가 그릇에 앉으려는 날벌레를 쫓았다. 그럼 역시 한번은 내려가야겠네.

 

던전이 있는 곳과 근처의 마을은 조금 거리가 있다. 던전에서 마물이 기어나오는 경우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 던전은 산안의 오래된 갱도를 이용해 거미굴처럼 넓혀져있는 구조라서, 마을은 산 아랫자락에 있었다. 이동거리가 꽤 되니까 보통 던전을 공략하기 전에는 잘 내려가지 않는데. 어떤 파티라도 스무번 이상 던전공략에 실패하면 몇번은 마을에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한달째 매달리고 있으니 휴식도 필요할테고.

 

그럼 화살이랑, 아직 여분은 있지만 포션도 몇 개 사고. 장비 수리도 한 번 받을까? 이왕 내려가는거니까 일주일 정도 휴가라는 기분으로. 손가락으로 세며 나오는 사쿠라이의 말에 나머지가 생각에 잠긴다. 일주일이라.

 

"냄비!!"

 

쉐프의 불호령에 두 명이 어깨를 튀는 동안 오노와 아이바가 당장 냄비로 달려간다. 끓어넘치려고 하는 냄비의 손잡이를 아이바가 급하게 잡아서 들고, 오노는 바로 불을 끄고, 겨우 잿더미 위에 철냄비를 내려놓은 수인이 손을 불어댔다. 당장 그릇에 찬물을 받아온 사쿠라이 그걸 급하게 내민다.

 

안보고 있고 뭐했냐고 마츠모토가 소리를 높이자 네 명이 전부 머슥한 표정을 했다. 딴생각을 좀. 요리하는 사람을 두고 한눈을 팔았던 죄가 있으니 어깨가 쳐져서, 더 죄를 지을 수는 없으니 네명이 마저 움직였다. 물그릇은 니노미야가 넘겨받고, 오노와 사쿠라이가 그릇들을 가져와 스튜를 담고. 안다쳤어? 걱정이 발린 목소리에는 괜찮다고 웃어주기도 하고.

-완성된 식사자리는 꽤나 성대하다. 커다란 팬에서 각자 먹을만큼 필라프를 덜어간 네명이 합장과 함께 인사를 했다. 일제히 밥을 집어넣기 시작한 후에는 간단한 회화만 있다. 소금 좀, 물 좀, 앗뜨거, 맛있다, 그정도.

 

이렇게까지 식사를 제대로 챙기는 파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저녁시간'은 이 소규모 파티에서 아주 중요한 시간으로 자리매김 되어있었다.던전을 돌다보면 누군가는 반드시 실수를 하고, 보통은 그 실수를 돌아가면서 한다. 마물과 함정에게 지친 몸과 정신은 쉽게 인내심을 바닥내고는 했다. 그러면 싸우고, 파티는 와해되고, 공략은 물거품이 되고, 기타등등.

 

처음에 마츠모토가 제 특기를 요리라고 소개했을때, 그건 거의 농담에 가까웠다. 던전공략 파티에 들어와서 특기가 뭔지 얘기할때 요리라고 대답하는건 그냥 분위기를 가볍게 풀기위한 수단이었다. 당시에는 나머지도 웃어넘겼고. 그랬는데, 순조로웠던 공략이 심층에서 뜬금없이 만난 드래곤으로 와해되고, 구사일생해서 베이스 캠프로 돌아왔을때. 다들 엎어져있는 와중에 아이바의 배에서 꼬르륵대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그냥, 오노가 밥이라도 해먹을까, 하고 물었던게 다였다. 요리가 특기라니까. 다들 도와서 한끼라도 먹자.

 

"마을에 내려가면 뭐할거야?"

 

그릇을 닥닥 긁는 숟가락 소리가 들릴때쯤이었다. 사쿠라이가 꺼낸말에 각자 식사를 하던 나머지가 입을 비뚤게한다. 이것저것 사고, 장비의 수리를 맡기는 것쯤은 하루안에 끝날법도 했다. 그게 끝나면 자유시간이니까. 그리 발달한 마을은 아니지만 있을만한건 전부 있는 곳이고.

 

낚시. 스튜 그릇에 거의 코를 박고있던 오노가 그걸 내려놓으며 말한다. 다들 그럴줄 알았다는 얼굴이었다. 좋은 생선 얻으면 전부 불러야해. 파티라도 하자는 마츠모토의 얘기에 꼭 낚으라는 아우성이 들린다. 갑자기 책임감이 중대해진 오노는 노력해보겠다는 대답을 했다. 그건 낚겠다는 얘기니까, 사쿠라이가 찜이 좋겠다느니 곁들여 먹을 다른 음식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한다. 요리는 못해도 먹는 것에는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이었다. 마츠모토는 급기야 수첩을 꺼내 후보를 적어보다가 어느정도 심각한 얼굴을 했다. 장볼거리들이 생각보다 늘어나겠는데.

 

"아, 그치만 나 도시에 한 번 갔다와야하는데. 좀 여유있게 잡으면 안될까?"

 

커다랗고 신선한 생선과 곁들일 수만가지 음식들을 상상하던 사쿠라이가 생각난듯 어깨를 쳐지게 한다. 도시에? 마을도 아니고, 도시라면 갔다가 오는데 적어도 3일이 필요하다. 엎어진 힐러는 허가서를 갱신해야한다는 말을 했다. 마법을 제대로 쓰려면 몇 년에 한번씩 자격증을 갱신해야한다. 절차가 복잡한건 아니었지만, 안하면 불법이니까. 마을에는 기구가 없으니 도시까지 나가야했다. 던전 공략이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으니 한번 내려갔을때 하지 않으면.

 

그럼 일주일 쉬지말고 기간 좀 더 늘릴까? 걱정스러운 아이바의 말에 사쿠라이가 생각해보는듯 턱을 테이블에 대더니 곧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금방하고 올거야. 그렇게 체력쓰는 일도 아니니까. 참, 도시에서 필요한거 있으면 말해. 오는길에 사오겠다는 말에 오노가 낚시장비 얘기를 해서, 그런거 말고 무기 같은 것에 욕심을 내라고 마츠모토가 태클을 건다. 그러고보면 너클도 갈아야지. 심각하게 무기를 꺼내보는게 전혀 타격을 받은것 같지도 않고.

 

"도시면 실디하쪽?"
"응. 제일 가까우니까. 왜? 니노 뭐 필요한거 있어?"

 

남은 스튜와 필라프는 열이 모두 식은 다음이었다. 그릇에 남은 당근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은 니노미야가 그걸 우물댄다. 그럼 부탁 좀 할까. 웬만큼 구두쇠여서, 뭔가를 사와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없는 주술사의 말에 나머지도 고개를 돌린다. 반지 사고 싶어서. 한쌍만.

 

"반지?"
"뭔가 세공이 유명한 도시거나 그랬었잖아."

 

그러니까- 그건. 사실이긴 한 이야기였다. 실디하의 주변에는 수정광산이 있어서, 그곳에서 나오는 보석들을 세공한 장신구들이 주요 특산품이다. 덕분에 무기들도 겉에 치중한 느낌이 들어서 믿음직하지 못하다거나, 실용적이기라기보다는 사치품 같다거나, 뭐 그런 이야기들이 있는 곳이었는데. 반지?

 

니노미야를 제외한 모두가 눈을 깜박였지만, 유난히 빈도수가 잦은 사람의 동물 귀가 움직인다. 반지는 왜. 얼떨떨하게 열린 입에 나머지가 시선을 아이바에게 돌렸다. 니노미야가 들었던 그릇을 내려놓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슬슬 할까해서. 약혼이라던지.

 

"사귄지도 꽤 됐으니까."

 

깜박, 깜박깜박. 애인인 수인의 시야가 급격하게 점멸하더니, 얼굴이 달아오른다.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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