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인이라는 것
청빈
- … 말도 안 돼,
니노미야는 그날도 별 다른 일 없이 일어나 세수를 하고선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다가, 자신의 쇄골 쪽을 보고선 그대로 굳어 버렸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깨끗하던 쇄골 위로 문신처럼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 相葉 雅紀 '
니노미야가 거울에 얼굴을 가까이하며 자신의 쇄골에 적혀 있는 글자가 자신이 아는 글자인지 확인했다. 그리고선 눈을 한 번 비비고선 다시 거울에 붙어 글자를 확인했고, 거울에서 떨어져서 확인해도 글자는 변하지 않았다. 니노미야는 망연자실한 듯 한숨을 내뱉으며 각인되어 있는 이름을 중얼거렸다.
- 아이바 마사키 …
그게 니노미야에게 정해진 운명의 짝의 이름이었다.
* * *
세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들의 몸에 동시다발적으로 이유를 알 수 없는 글자들이 새겨졌다. 자신의 모국어이기도 했고, 처음 보는 글자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SNS에 그 사실을 공유했고, 각국의 정부들도 왜 사람들의 몸에 글자가 각인되었는지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각자의 몸에는 어느 시기를 거치면 몸 어딘가에 글자가 새겨지고, 그 글자는 간단히 말하면 운명의 짝. 이라는 것이었다. 국가는 연구를 완료하고 나서 책자와 영상을 만들어 전국에 배포했고, 국민들은 그걸 보고 자신들의 몸에 새겨진, 혹은 앞으로 새겨질 글자의 정보에 대해 알아갔다.
몸에 새겨진 각인은 대충 이러했다. 자신의 몸 어딘가에 글자가 각인되면 그건 상대의 이름이고, 그 상대의 몸 어딘가 에도 글자가 각인되는 것이었다. 몸에 각인된 글자는 상대가 쓰는 언어와 필체였다. 자신이 쓰는 언어와 같은 언어라면 같은 언어를 쓰는 나라의 사람이고, 다른 언어라면 다른 언어를 쓰는 외국인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같은 언어를 쓰는 나라의 사람이라도 상대가 심한 악필이라면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그리고 운명의 짝과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워질수록 각인된 이름 부근이 뜨거워지거나 글자가 반짝거리는 등 사람마다 다양한 증상이 나타났다.
대충 그렇게 알면 되었다. 소문에 의하면 각인을 새겨 넣거나 지울 수 있다는데, 그건 도시 괴담같이 존재만 했지 실제로 시도했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수술 과정에서 죽어버려서 시도했다는 후기를 들고 나타나는 사람이 없는 거라는 소문도 같이 돌았지만.
니노미야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매해에 한 번씩은 필수로 진행되었던 수업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몸에 이름이 새겨지면 그건 자신의 운명의 사람이고, 그 사람은 여자일 수도 있고 남자일 수도 있다고. 물론 그 사람과 연인이 되거나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니 몸에 새겨진 각인에 너무 이름에 묶이지 말라는, 그런 얘기였다.
니노미야에게 있어 자신의 몸 어딘가에 이름이 새겨진다는 일은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 물론 얼굴에 새겨진다면 큰일이겠지만. 애초에 그 사람과 무작정 연인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딱히 그 이름이 실제로 자신의 몸에 새겨졌을 때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만약 그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상대도 동의한다면 호감을 쌓아 연인이 되면 되는 거고, 둘 중 한 명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저 거기서 끝 인거였다. 사실, 애초에 만날 수 있을지 조차도 미지수였다. 일본은 넓고, 사람도 그만큼 많이 사니까. 그나마 같은 언어를 쓴다는 사실과 그 글자를 알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큰 행운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지금의 니노미야의 앞에 앉아선 손을 꼼지락거리며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는 자신의 취향에 완벽히 맞는 사람 앞에서 자신이 쇄골에 있는 각인이 미친 듯이 열기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 * *
분명 짝을 만나도 별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운명의 짝이라는 존재는 서로의 몸에 각인이 새겨져 있는 것 이외에 특별한 메리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최근까지 니노미야는 짝을 만나도 취향이 아니라면 사귈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 자신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선 억지로 나가게 된 오늘의 소개팅도 대충 시간을 때우다 거절하고선 집에 가려 했다. 니노미야는 약속 장소로 가는 지하철에 앉아선 휴대폰에서 초록색의 버블을 하나로 잇자 동시에 터지는 걸 지켜보며 생각했다.
' 미안, 나 대신에 나가주라, '
' 아니 그걸 내가 왜 나가 … '
' 그렇지만 나도 억지로 나가게 된 건데 그날 형 전시회 시작하는 날이라서 갈 수가 없단 말이야 … '
사쿠라이가 그렇다고 전시회에 안 가고 그걸 나갈 순 없잖아 … 그렇게 말하며 말끝을 흐렸고, 니노미야는 그런 사쿠라이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고선 다시 게임으로 눈을 돌려선 손가락으로 보라색 버블들을 죽 그어 터트렸다. 별 반응이 없는 니노미야에 사쿠라이가 조바심이 난 듯 입을 열었다.
' 그럼 게임에 현질 해줄게! '
사쿠라이가 던질 수 있는 마지막 카드였다. 니노미야가 이것도 거절한다면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사쿠라이가 그 말을 하고서는 게임을 하고 있는 니노미야를 쳐다보았고, 니노미야는 휴대폰에 선을 죽 긋자 터져 나가는 파란색 버블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 그래, '
니노미야의 말에 사쿠라이가 표정이 점점 밝아지더니 고마워 니노! 하고선 웃어 보였다. 또다시 붉은색 버블이 터지는 걸 보면서 그때 웃던 사쿠라이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 얼굴에 니노미야는 혼자 중얼거렸다. 괜히 알겠다고 했네. 귀찮게.
그렇게 괜히 알겠다고 했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면서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새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지하철에서 내려선 사쿠라이가 소개팅을 주선해준 사람과 얘기했다는 카페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니 딱히 혼자 온 사람은 없어 보였고, 니노미야는 카운터로 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는 진동 벨을 받아 자리로 왔다. 대충 게임을 하다가 뻐근해지는 눈에 눈을 깜박이다가 카페의 문이 열리는 종소리에 고개를 들어 문 쪽을 쳐다보았다.
- 잘생겼네,
니노미야가 중얼거렸다. 사쿠라이도 억지로 떠맡게 된 거라고 했으니 사쿠라이에게 떠맡긴 사람이 사쿠라이나 니노미야처럼 게이가 아닌 이상 상대는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운명의 짝을 이미 찾은 사람에게 소개팅을 주선해주는 바보가 어딨어. 사쿠라이가 물론 언급을 안 하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카페에 들어온 들어오는 자신의 취향의 남자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남자는 밝은 갈색의 머리에 그리 두꺼워 보이지 않는 폴라티, 적당한 검은 바지의 복장을 한 채 강아지 같은 눈으로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저 사람도 일행이 있겠거니, 나중에 되면 번호나 물어볼까. 그렇게 생각하고는 게임을 다시 하려 고개를 내렸다가, 갑자기 화끈거리는 기운이 올라오는 쇄골에 니노미야가 쇄골 쪽을 더듬었다.
- 미친, 말도 안 돼 …
각인이 뜨거운 열을 내고 있었다. 니노미야는 놀라선 게임이 타임 오버되는 것도 알지 못한 채 주변을 둘러보았고, 딱히 자신처럼 놀라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니노미야는 두근거렸다. 각인에 새겨진 운명의 짝을 만난다고 해도 별다른 감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생각과 달리 막상 각인이 실제로 반응하니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알 수 없는 설렘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운명의 짝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게임 오버가 뜬 화면 위로 메시지 창이 떴고, 처음 보는 번호로 온 문자였다.
' 저, 하마마치 소개로 소개팅하시는 분 번호 맞으신가요? 사쿠라이 통해서 연락처 받았는데… ‘
아, 맞다. 지금 기다리는 중이었지. 운명의 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들떴던 생각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휴대폰을 집어 문자 답을 보냈다.
' 지금 전달받은 카페에 앉아 있는데, 흰 티에 갈색 가디건 입고 있어요. 어디쯤 계신가요? '
그 말을 보내고선 아직까지 뜨거운 기운이 돌고 있는 쇄골 쪽을 매만졌다. 분명히 카페 안에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자신의 앞으로 아까 잘생겼다고 생각했던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저 사람이었으면 좋겠네.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폰을 집어 게임 오버된 창을 넘겨 게임 결과를 확인하는데, 옆에 누군가 와서 니노미야에게 말을 걸었다.
- 저 혹시 …
아까 보았던 남자였다. 뭐야, 이 사람은 왜 왔지. 화끈거리는 각인과 함께 그렇게 생각하며 니노미야가 입을 열었다.
- 네?
- 하마마치 소개로 오신 분 … 맞나요?
- 아, 네.
에, 그럼 혹시? 니노미야가 게임 로비로 돌아간 화면을 급하게 뒤집으며 남자와 눈을 마주쳤고, 남자는 네, 저도 하마마치 소개로 왔는데요. … 그렇게 말하며 부끄러운 듯 뒷머리를 긁었고, 니노미야는 생각했다.
설마 이 사람이 운명의 짝일까. 각인이 미친 듯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아까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였다. 아, 우선 앉으세요. 그렇게 말하며 니노미야가 앞의 의자를 손으로 가리켰고, 남자는 아, 네. 하며 니노미야의 맞은편 빈자리에 앉았다.
- 좀 늦어서 이미 가버리신 건 아닐까 걱정했어요,
- 아니에요, 저도 온 지 얼마 안 됐는데요.
- 그래도 …
남자가 미안한 듯 말끝을 흐렸고, 그에 니노미야는 괜찮다며 고개를 대충 내젓고는 주제를 바꾸기 위해 다른 주제로 말을 돌렸다. 티셔츠 아래에서 계속해서 열을 내고 있는 각인이 신경 쓰였다.
-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 아, 저 아이바 마사키라고 합니다.
네? 니노미야가 남자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고 믿지 못하는 듯 되물었고, 그에 남자는 당황한 듯 아이바 마사키요. 아이바 마사키. 라고 답했다. 그에 니노미야는 놀라 순간 멍해졌다가 아이바 마사키요? 니노미야가 놀란 듯 되물었고, 아이바는 네, 아이바 마사키. 뭔가 이상한가요? 그렇게 말하며 아이바는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니노미야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여 손가락을 꼼지락대기도 했다. 아이바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니노미야의 눈치를 보고 있는 동안 니노미야는 생각했다.
운명의 짝이라는 거 생각보다 좀 괜찮은 것 같은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당장에 니노미야의 얼굴 취향에 딱 들어맞을 뿐만 아니라 그냥 니노미야의 취향 그 자체라고 하는 편이 편했다. 근데 그런 사람이 자신의 운명의 짝이라니, 니노미야는 믿기지 않았다.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던 니노미야는 정신이 든 듯 시선을 아이바에게 돌렸고, 손가락을 꼼지락대다 고개를 든 아이바와 눈이 마주쳤다.
- 아이바 씨.
- 네,
-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는데, 몸에 각인 있으세요?
갑작스러운 니노미야의 각인 언급에 아이바는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부분의 사람의 몸에 각인이 되어 있는 지금에 와서는 상대가 노네임일수도 있기 때문에 상대의 몸에 각인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보는 것은 조금 실례될 수 있는 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니노미야의 물음에 아이바는 고개를 끄덕였고, 니노미야는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바에 혹시 각인에서 증상 안 나타나세요? 라고 물었고, 아이바는 그 말에 휴대폰을 집어 들더니 폴라타의 목 부분을 살짝 끌어내렸고, 그곳에서는 각인된 이름이 금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휴대폰을 통해 각인이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아이바가 어?! 하는 소리를 내며 놀랐고, 그 소리에 아이바에게 시선이 몰렸다. 아이바가 시선을 눈치 채고 아, 죄송합니다. 하고 가볍게 사과를 하자 아이바에게 몰렸던 시선이 하나둘씩 원래대로 돌아갔고, 아이바는 멍하니 휴대폰을 통해 자신의 각인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럼 지금 여기에 있단 소리인거네 …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이바는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그걸 지켜보던 니노미야가 입을 열었다.
- 각인에 뭐라고 적혀있으세요?
- 아, 각인이요? 니노미야 카즈 … 그리고 뒷글자는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야나 나리라고 적혀 있어요.
아이바가 폴라티를 내린 채로 휴대폰을 내려 니노미야에게 보여주었고, 니노미야는 몸을 아이바 쪽으로 가까이 해선 아이바의 목에 적혀 있는 한자를 확인했다.
' 二宮 和也 '
아무리 봐도 자신의 글씨체로 적은 자신의 이름이었다. 니노미야는 각인을 확인하고는 몸을 원래대로 의자에 기대고는 말했다.
- 카즈나리 일거예요.
- 네?
- 니노미야 카즈나리 일거라고요.
- 그럴까요? 그렇지만 연예인 중에 같은 한자인데 야라고 읽는 것도 봐서 …
- 카즈나리라고 읽을 거예요. 제가 니노미야 카즈나리니까요.
니노미야가 자신의 이름을 말했고, 아이바는 그 말에 네? 하고 말하고는 상황을 이해하는 중인 듯 굳었다가, 순식간에 상황이 이해된 듯 놀라며 니노미야 카즈나리 씨라고요? 하며 니노미야를 본 채 눈을 키웠다.
놀라는 아이바의 반응에 니노미야는 네, 니노미야 카즈나리. 그렇게 말하고는 티셔츠 아래로 아직까지 미친 듯이 열을 내고 있는 자신의 각인을 보여 주었고, 아이바는 니노미야의 쇄골에 적힌 각인을 보더니 놀란 듯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보더니 니노미야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 이렇게 만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역시 운명의 짝인 걸까 싶네요. 아이바 마사키 씨.
* * *
아이바와 니노미야는 그렇게 우연치 않게 서로의 운명의 짝을 만나게 되었다. 한참을 얘기하던 둘은 니노미야가 먼저 사실은 사쿠라이에 의해 억지로 떠밀려 나왔다고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아이바는 자신도 대신 나가달라며 간절히 부탁하는 친구의 부탁에 못 이겨 나오게 된 거라고 설명했다. 둘 다 떠밀려 나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거라고 말하며 둘은 마주 보고 웃었다.
그렇게 첫 만남 이후로 둘은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갔다. 만남이 계속될수록 둘 사이에서는 묘한 감정이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바와 니노미야는 상대에게 고백했다가 더 이상 친구로도 남지 못할까 봐 두려움에 고백하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감정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졌고, 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날이 갈수록 늘고 스킨십은 친구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정도를 넘고 있었다. 그저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지도 못한 채 계속해서 애매한 관계로의 만남만 이어갔다.
그렇게 둘이 애매한 관계를 이어간 지 어느새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날 아이바는 갑자기 약속이 잡혀 만나지 못할 것 같다고 사과하는 니노미야에게 잘 갔다 오라는 문자를 보내고는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며 니노미야에게 어떻게 해야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집안일을 하고선 혼자서 밥을 해 먹다가, 침대에 누워선 애꿎은 베개를 때리기도 하다가 갑자기 울리는 전화에 놀라선 멈추었다가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려 발신인을 확인했다.
‘ 니노 ’
니노가 왜 걸었지? 그렇게 생각하던 아이바는 협탁 위에 올려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전화를 받았다. 받아선 어 니노? 라고 말하자, 휴대폰에서는 아이바가 평소 듣던 목소리가 아닌 낯선 남자의 목소리와 정신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 아이바 씨 세요? ’
- 네? 네. 맞긴 한데요, 누구세요? 니노 휴대폰 아닌가요?
아이바가 당황한 목소리로 전화에 대고 물었고, 남자는 아, 그 카즈 친구인데요, 혹시 집 주소 좀 불러 주실 수 있나요? 카즈가 많이 취해서 아이바 씨 집 아니면 안 간다고 바닥에 드러누워서요. 그렇게 말하며 누가 카즈 좀 앉혀봐. 지금 아이바 씨랑 통화중. 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고, 전화의 너머에서는 밧쨩 집에 데려다 달라고오 - ! 하는 니노미야의 술 취한 목소리와 알겠으니까 우선 앉아 니노미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주소, 그 여기가 …
아이바가 생각보다 많이 취한 듯 들리는 니노미야의 목소리에 한껏 당황한 채로 주소를 불렀고, 남자는 우선 데리고 갈게요. 한 3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아요. 이따 뵐게요, 그렇게 말하고선 전화를 끊었다.
- 많이 취했나 보네 …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던 아이바는 꽤나 어질러져 있는 집을 보고는 … 빨리 치워야겠다. 라고 중얼거리고는 대충 급하게 집 정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니노미야가 도착한 것은 정확히 남자가 말했던 30분 뒤였다.
* * *
- ♬ -
- 잠시만요 -
소파에 앉아선 얌전히 니노미야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슬슬 멍해지던 아이바는 초인종 소리에 놀라선 움찔했다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현관 문 쪽으로 향했다. 니노 - 하고 문을 열었던 아이바는 문을 열자마자 안겨 오는 니노미야에 웃어 보였다가 뒤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검은색과 하얀색을 베이스로 여러 체크무늬로 이루어진 코트를 입고선 동그란 은테 안경을 쓴 남자는 굳어 있는 아이바에게 말을 걸었다.
- 아이바 씨 맞죠?
- 아 네, 맞아요.
- 다행이다. 맞게 왔네.
남자가 그렇게 말하고는 아이바의 품에 안겨선 얼굴을 파묻고 있는 니노미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이제 얌전히 들어가서 주무세요 - 내일 술 깨면 연락하고. 알겠어 카즈?
- 알겠어 …
니노미야가 아이바의 품에 안겨선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고, 남자는 그 말에 그래, 하고 쓰다듬던 손으로 머리를 퐁퐁, 가볍게 두드리더니 떨어져선 아이바를 보고 말했다.
- 그, 술 마시기 전에 숙취해소 약은 먹었으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 아, 알겠습니다.
-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남자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가 이내 문을 닫고는 발걸음을 옮겼고, 아이바는 그 자리에서 굳어선 자신의 품에 안겨선 얼굴을 파묻은 채로 있는 니노미야를 바라보았다.
그날 밤, 아이바는 생각했다. 아까 보았던 남자의 행동과 그걸 익숙하게 답하는 니노미야. 아무리 보아도 단순한 친구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아이바의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져 갔다. 품에 안겨선 곤히 자고 있는 니노미야를 보며 끝끝내 내린 결론은 그거였다.
니노미야에게 고백해보아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니노미야는 운명의 짝이라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고백을 했을 때 니노미야가 일방적으로 아이바와 연을 끊는다면 각인으로 이어져 있는 둘의 인연은 거기서 끝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한 아이바는 두려워졌다. 자신의 감정을 전하지 못할 거라면 니노미야를 끊어내야 한다. 하지만 니노미야의 얼굴을 보면 니노미야를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커져갔기에, 니노미야를 좋아하는 마음을 접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였다.
니노미야와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것.
* * *
- 아니 왜 연락을 안 받는 거야 …
니노미야가 휴대폰을 소파 위에 던져 놓고는 책상에 엎드렸고, 옆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오노와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사쿠라이, 잡지를 읽고 있던 마츠모토가 니노미야를 쳐다보았다.
- 언제부터 연락이 안 됐는데?
- 오늘로 정확히 10일째야 …
- 그 정도면 차인 거 아냐?
- 쇼쨩.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사쿠라이가 말하자 다시 그림을 그리던 오노가 쇼쨩, 하고 사쿠라이를 불렀다. 그에 사쿠라이가 아, 미안 … 하고 사과했고, 사쿠라이의 말에 고개를 돌려 사쿠라이를 째려보고 있던 니노미야가 다시 고개를 돌려 책상에 엎드렸다. 잡지를 읽으며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마츠모토가 입을 열었다.
- 10일 전이면 그날 아닌가?
- 언제?
- 저번에, 너 엄청 취해선 아이바씨 집 데려다 달라고 바닥 드러누운 날.
- 아 좀.
- 아냐? 맞잖아.
마츠모토가 잡지를 내려선 니노미야를 쳐다보고 물었고, 니노미야는 그에 그건 맞지만 … 하고 웅얼거렸다. 마츠모토는 그에 고민하는 듯하더니 물었다.
- 너 아이바 씨랑 결혼할 거지.
- … 뭐라고?
니노미야가 갑작스런 마츠모토의 질문에 놀란 듯 몸을 일으켜선 마츠모토를 보았고, 니노미야의 반응에 마츠모토는 응, 할 거구나. 하고는 잡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마츠모토의 질문에 당황한 니노미야는 마츠모토에게 그걸 왜 물어봐? 라고 물었고, 마츠모토는 잡지를 보며 말했다.
- 저번에 너가 그랬잖아. 고백하고 싶기는 한데 마음을 모르겠어서 아무 말도 못 하겠다고. 그래서 너 데려다주면서 뭐 좀 … 했지.
- 뭘 했는데?
제대로 말하지 않는 마츠모토에 니노미야가 물었고, 마츠모토는 고민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좀 특별한 사이인 척했어. 너랑 아이바 씨 같은 관계. 딱히 스킨쉽은 안했지만.
- 미친 거 아니야?!
니노미야가 책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마츠모토는 이래서 말 안하려고 한 건데 … 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선 말했다.
-그냥, 진전 없어 보이는 거 답답해서, 나아질까 하고.
- 그건 고맙지만 지금 10일째 연락이 안 된다고 …
다시 힘이 빠지는 듯 의자에 주저앉는 니노미야에 그림을 그리고 있던 오노가 그리는 걸 멈추더니 시선을 돌려선 니노미야와 눈을 마주치고는 입을 열었다.
- 회사 다닌다고 하지 않았어?
- 응.
- 어딘지도 안다고 했고.
- 응.
그럼 찾아가면 되겠네. 오노가 다시 그림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고, 그 말에 니노미야는 잠깐 멈칫하는 듯하더니, 의자에서 일어나서는 소파 위에 던져 놓았던 휴대폰과 겉옷을 챙겨 입고는 나 밖에 좀 갔다 올게.라고 말하고는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
- 제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하면 큰일 나 …
사쿠라이가 서류를 정리하다 멈춘 채로 마츠모토를 보고 말했고, 마츠모토는 다시 잡지로 시선을 돌려선 말했다.
- 아니, 애초에 둘이 서로 좋아하는 거 눈에 훤히 보이는데 둘만 모르는 거잖아.
- 그렇긴 하지만.
사쿠라이가 그 말을 끝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류로 눈을 돌렸고, 마츠모토는 사쿠라이에 해결될 것 같으니까 됐지 뭐. 라고 말하고는 마저 잡지를 읽기 시작했다.
* * *
‘ 무슨 일 있어? ’
‘ 많이 바빠? ’
‘ 밧쨩, 왜 연락 안 받아, ’
아이바는 10일째 니노미야의 연락을 보지 않고 있었다. 피하고 있었다. 전화가 걸려오면 휴대폰을 뒤집어 버렸고 문자가 와도 미리 보기로 뜨는 내용만 읽고 답하지 않았다. 니노미야에게 미안했지만, 이렇게 대하지 않으면 니노미야에 대한 마음은 절대 접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남자가 니노미야를 데려다주었을 때 결심했던 거였다. 아이바는 일을 하던 중간에 기지개를 폈다가 시간을 보려 휴대폰 화면을 보았고, 문자 내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지금 회사 앞으로 갈 테니까, 30분 뒤에 꼭 나와. ’
니노미야가 보낸 문자였다. 회사 앞으로 갈 테니 나오라는 꽤나 화가 난 것 같은 말투. 아이바는 그 문자에 당황해서는 휴대폰을 집어 문자가 온 시간을 보았고, 문자가 온 시간은 니노미야가 도착했을 6시에서 이미 시간이 좀 지나 있었다. 놀란 아이바는 곧바로 일을 마무리 짓고는 짐을 챙겨 회사를 빠져나왔고, 회사의 입구에는 니노미야가 앉아 있었다.
- 니노!
- … 아이바, 너,
휴대폰을 하던 니노미야는 아이바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고, 아이바가 서있는 걸 보더니 벤치에서 일어나 화난 듯한 얼굴을 하고는 아이바를 향해 걸어갔다. 아이바는 그에 당황해 뒷걸음질을 치려다가, 니노미야가 어떻게 하더라도 자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선 그대로 멈추었다. 니노미야가 아이바의 앞에 멈춰 서더니 아이바와 눈을 마주쳤고, 곧이어 니노미야의 손이 올라왔다. 한 대 맞겠구나. 라고 생각한 아이바는 눈을 감았고, 곧이어 니노미야의 손은 아이바의 목덜미를 잡더니 그대로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아이바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긴 니노미야는 눈을 꼭 감고 있는 아이바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당황한 아이바는 눈을 떠서 니노미야와 눈을 마주쳤고, 아이바의 얼굴은 빠르게 붉어졌다.
- ㄴ, 니노?
- 밧쨩,
바보 아냐?
니노미야가 아이바와 눈을 마주친 채로 말했고, 맞는 말이었기에 아이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답하지 않는 아이바에 니노미야는 입을 열었다.
- 좋아해.
니노미야가 말했고, 아이바는 갑작스러운 니노미야의 입맞춤에 이어지는 고백에 당황한 듯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한 채로 굳었고, 굳어 버린 아이바에 니노미야는 말을 이었다.
- 그날 나 데려다줬던 애 때문에 그런 거지?
- … …
- 다 알고 있으니까 빨리 말해.
니노미야의 말에 아이바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니노미야는 한숨을 푹 쉬더니 말을 이었다.
- 마츠모토 준.
-에?
- 나랑 동갑. 생일은 내가 더 빨라. 공연 기획자로 일하고 있고 노 네임이야.
- …
-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건가 싶지?
- … 응,
- 걔가 아, 그. 제이야.
- … 응?
- 걔가 제이라고. 내가 말했던. 게살 크림 고로케 좋아하는 친구.
니노미야의 말에 아이바는 니노미야가 한 말에 대해 생각하는 듯하더니 에, 잠깐만. 그 사람이 제이라고? 하면서 놀란 듯 눈을 키웠다.
제이에 대해서는 아이바도 꽤나 들은 게 있어서 알고 있었다. 부모님의 전근으로 인해 니노미야도 같이 어린이집을 옮겼고, 거기에서 니노미야를 잘 대해 주었던 친구들 중 한 명이 제이라고 했었다. 종종 엠졔, 라고 부르기도 하는 니노미야의 친구는 이야기를 몇 번 들어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아이바에게도 나름 친근하게 느껴졌다. 근데 그때 니노미야를 데려다주었던 사람이 그 제이라니. 아이바는 그대로 힘이 빠지듯 니노미야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로 웅얼거렸다.
- 나는 또 … 그 사람이 니노 좋아하는 줄 알고 …
- 애초에 좋아해도 아무런 의미 없거든,
- 그래도 …
고개 들어봐 밧쨩. 니노미야가 말했고, 아이바는 니노미야의 어깨에서 떨어져 고개를 들어 니노미야를 쳐다보았다. 그에 니노미야는 아이바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는 아이바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추곤 떨어져선 웃으며 말했다.
- 좋아해. 밧쨩.
니노미야의 입에서 자신을 향해 좋아한다는 말이 나온다는 사실이 현실감이 없어서, 그 말이 자신에게 향한 말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서, 아이바는 니노미야를 끌어당겨 품에 안은 채로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 … 나도, 니노.
- 한 번 더.
- 나도 좋아해, 니노.
우는 듯 울먹이는 목소리에 니노미야가 웃어 보이고는 아이바의 품에서 떨어져서는 아이바와 눈을 마주쳤고, 그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져있는 아이바의 눈가를 쓸어 닦아주며 생각했다.
각인, 생각보다 엄청 괜찮은 것 같다고.
* * *
그렇게 연인이 되었던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울본딩을 했고, 소울본딩을 한지 일 년이 가까워질 즈음 아이바는 니노미야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꺼냈다. 한껏 긴장한 듯 손을 떨고 있는 아이바에 니노미야는 웃으며 그러자는 말을 했고, 아이바는 니노미야의 답에 긴장이 풀려 버린 듯 그 자리에서 울어 버렸다. 처음에는 아이바의 눈에서 눈물이 주륵 흘러서 울지 말라며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가볍게 눈을 쓸어 주었는데, 한참이 지나도 그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아이바에 니노미야는 그런 아이바가 귀엽고 말하기 전까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바의 얼굴을 품에 안고선 뚝, 그만 울어 밧쨩. 하면서 한참을 토닥이며 달래주었다.
결국 그 다음날 일어났을 때 눈이 부어서는 니노오 - 하고 자신을 부르는 아이바가 마냥 귀여워서, 니노미야는 아이바의 얼굴을 붙잡고선 부어버린 눈을 한 얼굴에 한참을 쪽쪽댔다.
*
- 이렇게 보내면 어떻게 작업하라는 거야 …
보냈던 메일의 답변을 본 니노미야가 짜증으로 가득해져서는 책상 위에 늘어지듯 엎드렸고,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갑자기 니노미야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 ♬ -
갑자기 울리는 전화에 니노미야가 휴대폰을 집어 받았고, 전화 너머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니노, 무슨 일 있어? ’
- 으응 … ? 아니, 아무 일도 없어 …
니노미야의 말에 아이바가 헤에, 하는 짧은 소리를 내더니 그래? 나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나는 느낌이 나길래, 니노한테 무슨 일 있나 했어. 없으면 다행이고! 라고 말했고, 니노미야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침대 위에 누워서는 말했다.
- 소울본딩해서 장점이자 단점이 그거인 것 같아 … 서로 감정 알게 되어버리는 거.
‘ 그래? 나는 니노 감정 알 수 있어서 좋은데. ’
- 내가 화나는 감정도 너한테 느껴지니까 문제인 거지.
‘ 니노는 감정을 너무 잘 숨기니까 나한텐 좋아, ’
그렇게 말하고는 웃어 보이는 아이바의 말에 니노미야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오늘 저녁 어떻게 할 거야? 회사에서 먹어? 라고 물었고, 아이바는 집에 가서 먹을 거야! 일 거의 다 해서, 일찍 퇴근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에 니노미야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는 냉장고로 발걸음을 옮겨서 냉장고 문을 열어 안을 보면서 먹고 싶은 거 있어? 라고 물었고, 아이바는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가라아게 먹자! 라고 말했다.
- 그래, 저녁은 그럼 가라아게로. 몇 시에 끝나? 장 보러 가야 할 것 같은데,
‘ 대충 … 6시? ’
- 그럼 6시에 회사 앞으로 갈게,
‘ 응, 알았어. ‘
응. 이따 봐. 사랑해. 그렇게 말한 니노미야가 전화 너머의 아이바에게서도 나도 사랑해! 라는 말을 듣고선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선 휴대폰으로 시계를 보았고, 5시 반이 막 넘은 걸 본 니노미야는 아이바를 데리러 갈 준비를 시작해서는 차 키를 챙겨 집을 나섰다. 차 키를 쥔 손에서 초록색으로 빛을 내는 반지가 반짝였다.
그렇게 별 다른 일 없이 평범한 하루들이 이어졌다. 일을 하다가 회사에서 퇴근한 아이바가 돌아오면 마주보고 앉아선 같이 저녁을 먹고, 같이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기도 하고 장난도 치다가 한 명이 졸리다고 말하면 바로 잘 준비를 하고선 침대에 누워선 서로를 끌어안고 자는, 그런 몽글몽글한 하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