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고 싶지 않은
세라
"무슨 교양을 실패를 해도 미쳤지. 철학이 뭐야.
"그래도 그 교수님 재밌다고 하시던데?
"개소리. 철학이? 차라리 우리 교수님 수업이 재밌다고 하지.
"그러게 누가 손가락을 잘 놀리셨어야지.
"전공 잡기도 힘들어.
"하긴 이번에 교수님 진짜 빨리 찼다고 하던데.
"전공은 다 잡았어. 교양은 어떻게든 하면 되겠지. 아니면 바꿔야지.
"재밌다고 하던데?
"그러니까 대체 누가 재밌다고 하는 건데.
"여자친구.
"그 어느 날 갑자기 카페에서 맞닥뜨렸다는 그 사람?
"운명인 걸 느꼈지. 너 아직도 안 믿는 거지? 진짜 딱 보고 아……. 이 사람이다. 싶었어.
"그렇구나.
"아니 제대로 들어달라고.
"응.
"그러니까..
"됐고, 운명이 어딨냐고 너 거기 카페에서 1년을 일하면서 운명이 도대체 몇 명 인건데.
듣고 와서 할 거 많으면... 아 전공만 해도 살기 싫은데. 종강 언제 해.
"개강한 첫 날부터 역시 참된 대학생. 여자친구 만나러 가야지.
강의실을 찾아서 들어가니 꽤 큰 강의실 이였고, 벌써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뒤 쪽에 자리를 잡고는 시작되길 기다렸다.들어오는 교수님을 보니 나이대가 젊어보였다.
"은근 젊어 보이는데.
"오늘은 첫 시간이니까... 출석은 넘기고...
우리 수업에서 가장 가까운 접근을 해보려고 한다.
칠판에 운명이라고 적어놓고는 걸어 다니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운명이란 검색을 해보면 필연적이고 초인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나온다.
이 힘은 예로부터 각 지방의 신화, 종교, 철학사상에 나타나있다.
이 운명을 이해하는 건 큰 차이가 없지만 이를 표현하는 건 굉장히 복잡하다.
너와 나는 운명이라는 말 밖에 할 수 밖에 없으니까.
그에 이유가 생긴다면 그건 운명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스에서는 운명의 힘을 신의 섭리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거역하지
않고, 순종을 함으로써 세상을 비관한다기보다는 낙천적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운명은 인간 존재의 근본을 이루는 것이기는 하나 현재는 다르기 때문에
운명은 개개인의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뭐 이론은 이렇다는 거야.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는 거지.
운명을 믿어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없지.
여기 믿는 사람 있나?
말을 하고 쳐다보자 서로 힐끔힐끔 보기만할 뿐이지 손을 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긴 종이로 묻지 않는 이상은 대답 안 하겠지. 안 물어볼 거야 질문 안 할게.
그래도 안 들어볼래? 그렇지 들릴 리가 없지.
니노도 듣다가 웃긴지 피식 웃었고, 다른 사람들도 웃는 소리가 들렸다.
"뭐……. 별로 없다고 하자. 그렇겠지.
운명론은 다른 말로는 숙명론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건 특수한 형태일 때고,
사회적 운명론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비슷한데, 조금 달라.
30분 정도 수업을 하고는 나와서 다시 자신의 건물로 걸어갔다.
밤에 과제를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자료를 찾아서 다운을 받았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소리 내서 읽기 시작했다.
"운명이. 전능의 힘을 가지고.. 인사의 일체를 지배한다는 사상.....
피하기 어려운 부정적인 위력으로 나타는 행위와 결과의 연관... 필연성과 같은 의미..
필연성이라...
한숨을 쉬고는 노트북을 덮고 한참을 의자에 기대서 생각하다가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 사람 뭐하고 살려나...
홧김에 나는 왜라는 생각에 간 곳이었다. 시끄러운 클럽이었고, 찾아본 대로 전부 남자였고,
한 쪽 구석에서는 자기들만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화려하네.
주변을 계속 둘러보고 있을 때,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고, 꽤 오랜 시간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곧 그 남자가 걸어왔고, 옆에 섰다.
"안녕하세요. 혹시 여기 처음이세요?
"그런데요..?
"저도 처음이거든요. 혼자 오셨어요? 저는 친구랑 왔어요.
"저는 혼자.
"지금..애인은 있으세요..?
"없죠. 없으니까 왔죠. 신기해서 온 것도 있긴 한데....
묘하네요. 같은 동류들끼리만 있는 게 이런 느낌인가싶기도 하고.
"내가 이상하진 않구나하는 느낌?
"맞아요. 약간 그런 느낌.
"나도 들어와서 느꼈는데.
"친구 분은요?
"아 친구는 이미 자기 세상에 빠져서 건드리면 서로 어색해지는 상황이라 서요.
아마도 어색해지는 건 저 뿐일 것 같기는 한데.
그러다가 한잔 두잔 계속 마시면서 얘기를 하다가 순간적으로 등이 차가워져,
고개를 돌리자 옆에 있던 사람이 술잔을 쏟았고, 뒤에 있던 니노가 전부 그 액체를 맞았다.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미 취했는지 정신없이 계속 인사만 하고 있었고, 옆에 있던 일행이 돈을 건네고는
인사를 다시 했다.
"죄송합니다. 세탁비로 쓰세요. 너무 취해서 데리고 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 젖었어요?
아이바가 뒤를 확인해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 우리 집 아니 저희 집이 이 근처거든요? 걸어서 5분정도? 10분은 안되는데
가서 옷이라도 갈아입으실래요? 티셔츠는 괜찮을 것 같은데. 가요. 찝찝하겠는데.
얼떨결에 팔이 들려서 나왔고, 집 앞까지 걸어왔다.
"여기. 들어오세요. 옷은 벗어서 저기 넣어두세요.
"아 세탁기 작다.
"간이 세탁기라서 금방 될 거니까. 건조기도 있고.
니노가 아이바가 건네준 티셔츠를 입고 나오자 안에 들어가서는 세탁기를 돌리고 나왔다.
"금방 될 것 같아요. 1시간 정도면?
"감사합니다. 근데... 이름이 뭐예요?
"에?
"에?
"우리 이름 말 안했었어요?
"네.
"아이바 마사키.
"본명?
"본명.
"니노미야 카즈나리.
"니노미야...
"아이바씨는 제가 누군지 알고 이렇게 쉽게 집에 들이신건가요.
웃으면서 말을 하자 아이바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가져오다가 피식 웃고는 옆에 앉으면서 말했다.
"그러는 니노미야씨는요? 가자고 해서 바로 따라오셨잖아요.
제가 어떻게 할 줄 알고. 겉으로 봐선 체격이나 뭐.. 다 제가 위잖아요.
"오면서 도망칠 기회가 있긴 했는데,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뭐가.. 나쁘지 않을 것 같은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이바가 마른침을 한번 삼키고는 손을 둘 곳을 찾는지 탁자 위에 있던 맥주캔을 꽉 잡았다.
"처음 본 사람이 아무 의심도 안하고 집까지 따라와서 앉아 있는데.
아이바가 쥐고 있던 캔을 내려놓고는 니노를 자신의 쪽으로 돌렸다.
"괜히 떨리네요.
"본인이 준 옷 다시 벗기려니까?
그 말에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그런데. 모든 상황이 어색하다고 해야 할까..
"그냥 받아들여요. 서로 우연치 않게 눈이 맞았다고 생각하면 되잖아요.
"그게 운명 아닌가요.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아이바가 뒤로 가다가 뭔가를 밟았는지 불이 꺼졌고, 니노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고의네요.
"아니 진짜 고의가...
"어차피 끌 거였으니까.
아이바가 먼저 니노의 얼굴을 손으로 감쌌고, 니노는 얼굴이 다가오는 느낌에
눈을 감고는 손을 뻗어서 끌어안았다.
그 하루 동안 날이 밝을 때까지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눈을 떠서 시간을 보자
12시가 막 된 참이었다. 아직 한참 잠에 빠져있는 아이바를 쳐다보고는
일어나서 옷을 벗어서 올려두고는 건조기에서 자신의 옷을 꺼내서 입었다.
그러고는 탁자 위에 있던 전단지 뒤에 글을 써놓고는 아이바를 잠깐 쳐다보다가 이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게 끝이었다.
그 뒤로는 그 주변도 가지 않았고, 그대로 집에서 쭉 지냈다. 가끔가다가 친구를 부르는 정도.
"운명이라는 단어에 얽매이기 싫어서 나간 거였는데.
이제는 대놓고 수업에서 운명을 가르치네. 아 모르겠다. 과제 마저 해야지.
그러고 2번의 수업을 들었을 때 쯤, 혼자 문득 생각이 난게 있었다.
"그 때도 운명 이였을까. 술김에 말한 게 아니라 진짜 운명.
게이바 술집에서 만난 것도 운명이 되려나.
내 스스로 그런 단어를 말한 것 자체가 지금도 신기한데.
여러 생각들이 머무르고 있는 탓에 실험이 생각보다 늦게 끝났다.
"아 잡생각이 너무 많았어. 왜 그게 생각이 안 나고 다른게 났지?
사물함에 책을 다 꽂아놓고는 목을 주무르면서 걷다가 한사람과 부딪혔고, 그 사람이
핸드폰을 손에 놓쳤다가 다시 잡았는지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 어! 으악 안 돼. 아 잡았다...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요. 떨어지지도...않았고 아 근데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여기 d동 건물이 어딘가요...? 이 근처라고 했는데, 여기가 아닌가봐요..
"여기 a동인데. d동이면 여기 말고 갈색 건물로 가셔야해요.
밖에 엘리베이터 달려있는 건물. 더 위로 가셔야 하는데.
"에... 그러면 지도를 잘못본건가..
니노가 쓰고 있던 모자를 살짝 올리고는 말을 할려다가 그 사람이 갑자기 어깨를 잡았다.
"니노미야!!
그 사람이 쓰고 있던 모자를 벗겨버렸고, 그제야 얼굴이 보였다.
"아... 여기서 또 뵙네요.
"여기서 또 뵙는 다니. 그 말이 아니잖아요.
"안경 끼시네요.
"니노미야씨
"네.
"왜 이렇게 태연해요.
"어.. 그럼 놀래야하나요? 피곤해서 놀랠 기력도 없어요.
"나랑 얘기 좀 해요. 할 얘기 있잖아요.
"일단 밖으로 나갈래요? 여기 우리 과 건물이라 사람들 아직 많이 남아있거든요.
결국 밖의 벤치에 앉아서 사람이 없는지 보고는 옆에 앉았다.
"왜 그 날 이거 하나만 남겨놓고 사라졌어요.
그 뒤로 술집에는 오지도 않고, 처음이라 그랬으니까 물어봐도 아는 사람도 없고.
"갈 이유는 없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왜 나갔어요. 말도 없이 자기 입으로 말했잖아요.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그런 단어에 얽매이기 싫었어요.
"찾아다녔어요.
"여긴 어쩌다가 왔어요.
"아 그 친구가 여기 다니는데 오라고 해서.
"친구는 인문대 학생인가보네요.
"왜 그런 단어에 얽매이기 싫어요?
"그럼 거기에 모든 걸 의존할까봐.
"그럼 우리는 운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만나서 누가 실수로 술을 흘려서, 우리 집으로 바로 왔고, 친구 학교에 우연하게 놀러와서 건물을 잘 못 들어가서, 니노미야씨랑 부딪힌 게?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니면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이러는 거죠? 마음에 안 드니까.
니노가 한참 생각을 하다가 말을 꺼냈다.
"반년 만에 만난 것도 그렇겠네요. 기억에서 없어진 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한번쯤 믿어보는 것도 괜찮을려나. 이렇게까지 상대방이 운명이라고 주장하는데.
"아니 주장이 아니라...
니노가 피식 웃고는 쳐다봤다.
"친구 안 만나러 가도 괜찮아요?
"말 돌리지 말구요.
"믿어보겠다는 말이죠. 핸드폰 줘봐요. 연락처 줄 테니까. 나중에 다시 연락해요.
오늘은 선약도 있었잖아요.
핸드폰 번호를 입력을 해주고는 아이바를 데려다 주고 집으로 가면서 중얼거렸다.
"교양 하나가 사람을 무슨 이렇게 흔들어. 뭐... 이것도 운명이라서 그런 건가.
이 기회에 한번 믿어보는 것도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