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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리린

“울지마-.”

 

니노미야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

.

.

 

유성우가 쏟아진다며 종일 소란스러웠던 날. 지상에서 인간들이 기대하는 만큼, 바다 속 인어들도 들떠있었다. 한 인어가 지나가던 사람들의 말을 듣고 전해준 것이다. 바다 속에 살면서 하늘을 자주 보기도 힘들었고, 유성우는 더더욱 보기 힘들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똥별이라니! 엄청나지 않아?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니노미야는 공감할 수 없었다. 그냥 별이 움직이는 건데, 뭐가 대단하다고.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던 니노미야는 밤하늘에 큰 감흥이 없었다. 괜히 귀찮기만 하지. 다들 별똥별을 구경한다고 올라갈 때, 조용한 틈에 잠이나 자야겠다며 빠지려는 니노미야를 사쿠라이가 일부러 끌고 왔다.

 

“니노, 지금 아니면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몰라!”

“나중에도 안 보면 되지...”

 

니노미야의 반박은 사쿠라이에겐 들리지 않는 듯 그저 니노미야를 데리고 수면 위로 올라갔다.

 

-

 

아이바에게 별똥별 소식을 들려주던 친구는, 아이바의 무덤덤한 반응에 머쓱했는지 다른 친구에게로 달려갔다. 호들갑은.

 

깊은 시골 동네라서 밤이 되면 옅은 가로등 불빛을 빼곤 칠흑처럼 어두웠다. 그 시골에서도, 아이바의 집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별을 보는 것은 일상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별똥별 소식이, 아이바에겐 그리 놀랍지 않았다. 어차피 매일 보는 별인데.

 

새벽 1시가 슬쩍 넘어섰을 시각, 아이바는 별똥별에 그리 관심을 보이진 않았지만, 혼자 구경할 만큼의 관심은 있었다. 평소에도 종종 밤 산책을 하며 별을 구경했으니까. 오히려 별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모여 소란스럽게 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용히 별을 감상할 시간도, 속으로 몰래 소원을 빌 시간도 없기에 아이바는 항상 혼자 별을 보러 나왔다. 집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인적이 드문 해변이 보인다. 해변을 따라 10분 정도 걷다 보면 모래사장 근처에 꽤 큰 바위 하나가 나타난다. 두 명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그곳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자신을 비추는 가로등 하나 없는 바위 위에서 올려다본 하늘에는, 별이 빼곡했다. 아이바는 평소처럼 별을 보며 자신의 하루를 곱씹었다. 아침에 지각하고 혼났을 때, 친구가 자신의 바지에 물을 쏟았을 때, 집에 가면서 만났던 강아지. 하루를 쭉 생각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루를 되돌아보며 별들이 빛나고 있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전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던 별들이 마지막 빛을 내보내며 떨어졌다.

 

“저 떨어진 별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그러게.”

 

아이바가 혼자 중얼거리자, 생각하지 못했던 대답이 돌아왔다. 이곳에서 사람을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분명 자신은 혼자 있을 터인데, 사람 목소리가? 잘못 들은 것인지 주변을 둘러보던 아이바는, 자신이 앉아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에 앉아있는 사람... 아니 인어를 보고 말았다.

인어였다.

 

니노미야는 충동적으로 말을 꺼내고 조금 후회했다. 사쿠라이의 등쌀에 못 이겨 수면 위로 올라와, 하늘을 구경하고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몇 분을 쳐다보고 있어도 하늘은 하늘이었다. 한 번 봤으면 됐지. 사쿠라이가 하늘에 시선을 빼앗겼을 때, 몰래 빠져나왔다. 원래는 바로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선선한 밤바람이 부는 수면 위의 온도가 딱 적당했다. 니노미야는 바람이 흐르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바다를 닮은 니노미야의 꼬리가 물을 가볍게 차고 앞으로 나갔다. 그렇게 해변에 가까워지던 중 보게 된 것이다. 아이바를.

 

아이바는 바위 위에 앉아 고개를 꺾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은 앳된 얼굴. 어둠 속에서도 눈에 띄는 갈색머리가 흐트러져 바람에 살랑였다. 밤하늘이 비치는 듯 눈동자가 반짝이는 것 같았다. 꽤 넓은 바위였지만 울퉁불퉁해서 불편할텐데 평평한 바닥 위에 앉아있는 것처럼 편하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저 바위는 안 불편한가, 엉덩이 아플 텐데. 아이바의 모습을 보고 니노미야는 저 바위에 앉아보고 싶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슬며시 웃었다. 그리곤 자신도 조금 떨어진 바위에 올라앉아, 아이바를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았다.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 건지, 자신의 움직임을 전혀 몰랐다.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바의 모습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보다 재밌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별을 바라보던 눈이 살짝 찡그려지기도 하고, 눈꼬리가 접히며 입가가 올라가기도 했다. 그저 하늘을 바라고보고 있을 뿐인데도 드러나는 다양한 감정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바람을 타고 들리는 아이바의 목소리에 꼬리를 숨길 생각도 안 하고 대답을 뱉었다.

 

아이바의 흔들리는 눈빛을 마주한 니노미야는, 파도에 따라 흔들리는 꼬리의 존재가 생각났다. 정적이었다. 이대로 도망이라도 가버릴까 싶었지만 왜인지 들켰다는 조급함이 생기지 않았다. 잠시동안 아이바를 바라보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이바는 유성우에 눈이 멀어 꿈을 꾸는 줄 알았다. 별을 보다가 잠들었나? 유성우가 사실은 인어였던 건가?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바위 위에 앉아있는 인어. 한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위화감 그 자체였다. 인간에게 말을 걸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니노미야의 목소리가 평범하게 흘러나왔다. 아이바는 어디서부터 질문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진짜 인어인가요? 여기서 뭐해요? 언제부터 있었어요? 진짜 예뻐요. 처음엔 존재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하지만 쳐다볼수록, 햇빛은 받아본 적 없다는 듯 하얀 니노미야의 피부와, 그와 비교되는 검은 머릿결, 그리고 빨간 입술. 다리가 있어야 할 곳엔 바다를 닮은 푸른 빛의 비늘이 늘어져 꼬리 끝은 파도에 맞춰 살랑살랑 움직이고 있었다. 바다를 수없이 바라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었던 인어의 존재와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 그렇게 줄곧 보고 있던 아이바는 니노미야의 질문과는 전혀 다른 대답을 던졌다.

 

“인어는 원래 다 예쁜가요?”

 

니노미야는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진심이야? 누가 보면 작업이라도 거는 듯한 질문이었지만, 아이바는 진지했다. 자신이 본 인어 중에 아니, 사람 중에서 제일 예뻤다. 아름다웠다. 자신의 머리 위로 쏟아지고 있는 별똥별보다, 니노미야가 훨씬 빛났다. 달빛에 빛나는 니노미야의 푸른 비늘이, 별을 박아넣은 듯한 눈동자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대로 밤새 쳐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쎄-, 내가 미인인 편이지.”

 

장난스러운 니노미야의 말에, 아이바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다 예쁠 리는 없겠지. 니노미야는 인어에 대한 질문이 아닌,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 질문이 어이가 없었다. 순수한건지, 멍청한건지. 밤하늘에서 시선을 떼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 사람이 궁금해졌다. 어떤 삶을 살고 있길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더 알아보고 싶었다. 자신이 인어라는 것을 들켰다는 걱정은 바다에 흘려보낸 지 오래였다.

 

“이름이 뭐야?”

“아이바 마사키요, 그 인어 분은...”

“니노미야 카즈나리, 니노라고 불러도 돼.”

 

자신이 인어라는 것은 신경 안 쓰인다는 듯이 행동하는 아이바였다. 흥미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봐왔던 인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밤하늘에 박혀있던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된 것이 조금은 기뻤다.

.

그렇게 아이바와 니노미야는 머리 위로 별똥별이 수없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전혀 모른 채, 밤새도록 서로의 이야기에, 서로에게 흠뻑 빠져들었다.

 

-

 

운명 같은 첫 만남 이후, 지금까지 1년 반이었다.

처음 만났던 바위 위에서, 해변에서, 아이바 집에서, 가끔은 시내에서 만나며 눈을 마주치고 함께 웃고 시간을 공유하던 그들에게 두려움과 장애물이란 없었다. 서로가 인간이고 인어라는 것이, 그들에게는 문제되지 않았다. 서로만 있었으면 됐으니까. 니노미야 옆에 아이바가, 아이바 옆에 니노미야가 있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그래도 아이바보단 니노미야의 위험요소가 많았다. 주변에 인어라는 사실을 들키면 안 됐고, 인간의 모습도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바다로 돌아가야 하고. 그래서 처음엔 친구들에게도 숨기려했다. 친구라고 해도 사쿠라이와 오노밖에 없지만. 숨기려는 니노미야가 무색하게 만난 지 일주일 만에 바로 들켰다. 니노 괜찮아? 니노미야가 처음 들은 질문은 그것이었다. 그래도 되냐는 둥, 위험한 거 알지 않냐는 둥 그런 질문이 날아올 줄 알고 미리 귀 막을 준비를 하고 있던 니노미야는 슬그머니 손을 내리며 대답했다.

 

“괜찮아.”

 

친구들의 걱정은, 인어와 인간의 사랑, 인어의 위험성,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인어의 삶과 인간의 삶이 다르듯, 인간은 시끄러운 도심으로 떠날 것이고 니노미야는 함께 할 수 없다. 그렇게 이별하는 경우를 니노미야도 수도 없이 봐왔다. 친구 니노미야에 대한, 니노미야의 마음을 생각한 걱정이었다. 그런 친구들의 배려가 고마웠지만, 니노미야는 시작하는 순간 결심했었다. 아이바가 떠나는 순간, 붙잡지 말고 놓아주자고. 나에게 얽매이지 않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자고. 그것이 아이바를 향한 니노미야의 사랑이었다.

 

그렇게 결심했지만, 위기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아이바가 떠난다. 심지어 다른 나라로. 갑작스러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서 울고 있는 아이바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집안 사정이었다. 아버지의 해외 출장으로 가족이 다 같이 해외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아이바는 반대했지만, 아이바에겐 그럴만한 힘이 없었다. 가족의 이사를 막을 힘도, 자신만 이곳에 남아있을 힘도.

 

“나는..나는 가고 싶지 않아요, 니노가 여기 있는데...”

 

니노미야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이바가 떠날 땐 놓아주자고 마음은 먹었지만, 상황이 달랐다. 누구하나 원하지 않는 이별이라니,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은 정해져있었다. 상대의 행복을 빌며 보내줘야 하는 비련의 주인공이었다.

 

“울지마-.”

 

그 이상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연인이 떠나야하는 상황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달콤한 말은 할 수 없었다.

 

“꼭..꼭 돌아올게요, 얼른 성인이 돼서 꼭-.”

 

돌아온다는 아이바의 말이 기뻤다. 아이바가 성인이 되기까지 남은 기간은 2년. 니노미야에게 2년 정도야,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2년 뒤에도 함께 할 수 있다면, 너의 삶 속에 내가 있을 수 있다면. 하지만 돌아온 후엔? 아이바를 이 시골에, 아무것도 없는 곳에 묶어둘 거야? 기다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마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욕심으로 아이바의 미래까지 망칠 순 없었다.

 

“..응.”

 

자신의 생각을 아이바가 알 수 없도록 열심히 웃었다. 우는 아이바 앞에서, 내가 사랑하는 아이바를 위해 열심히 웃었다.

 

“아이바 그만 울자, 눈 아프잖아, 응?”

 

내리 울기만 하는 아이바를 위해 울어서 붉어진 눈가에 입도 맞추고, 손도 잡아주고, 하루종일 함께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고 나서야 울음을 그친 아이바는, 어느 날보다 헤어짐을 두려워했다.

 

아이바를 보내고 난 후, 니노미야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사실은, 머리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자신이 아이바를 잊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마 아이바는, 2년이면 자신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해외로 가서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렇게 세상을 넓히다 보면, 자신쯤이야 금방 잊을 것이다.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니노미야는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있는 공간은 온통 아이바뿐이었다. 주변 해변도, 근처 바위섬도, 시골 동네도, 아이바의 흔적이 가득했다. 미련이 큰 것은 자신이다.

 

-

 

니노미야는 학교가 끝나고 풀이 죽어있는 아이바를 처음 만났던 바위로 데리고 왔다. 햇빛이 조금씩 붉어지며 그들의 앞을 비춰주고 있었다.

 

“아이바 기억나? 우리 처음 만났던 날.”

 

니노미야도, 아이바도 아무리 시간이 지난다고 한들 그 날만큼은 잊지 못할 것이다. 서로의 존재를 잊게 된 후에도, 그 시간, 그 감정만큼은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이 바위로 자주 오긴 했지만, 니노미야가 이런 말을 꺼낸 적은 처음이었다. 아이바는 니노미야가 왜 이런 말을 꺼낼까, 자신을 버리려는 걸까, 알 수 없었다. 끝없는 불안함에 진정되었던 눈가에 눈물이 글썽였다.

 

“왜 또 울려고 그래-.“

 

아이바가 울먹이는 것을 보고 니노미야는 쓰게 웃었다. 망설임이었다. 니노미야는 지금 제가 하려는 것이 맞는 행동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틀린 행동이란 걸 알았다. 미련없이 놓아주겠다고 해놓고 이러는 건, 반칙이었다.

 

“이거, 뭔지 알지?”

 

갑자기 내밀어진 소라고둥에 눈물을 글썽이던 눈이 동그래졌다. 소라고둥이라니, 갑자기?

 

“인어들은 좋아하는 사람한테 소라고둥을 주곤 해, 그 속엔 바다가 담겨있으니까.”

 

그니까-, 니노미야는 민망한 듯 귀가 빨개졌다. 이런 고백을 전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소라고둥이라니, 물론 거짓말은 아니다. 니노미야도 몇 번 받아본 적 있지만 어릴 적뿐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 고백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곤 하지만 잘 하진 않았다. 민망하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노미야는 아이바를 생각하며, 마음에 드는 소라고둥을 찾아 아이바에게 전해주었다. 흔히 볼 수 있는, 하지만 그들에겐 특별해질 소라고둥을.

 

미련이었다.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마지막 미련. 소라고둥 속에는 바다가 담겨있다. 자신과 아이바가 함께했던, 사랑을 나눴던 바다가 남아있었다. 아이바가 그 바다를 마주하며 자신의 존재를 잊지 않길 바랬다. 한번은 생각해주길 바랬다. 바다에서 이어졌던 시간들을, 그 시간 속의 자신을. 그렇게 놓아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이대로 잊혀질 자신이 불쌍했다.

 

니노미야의 생각을 알 수 없는 아이바는 기뻐서 울고 싶었다. 이미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다가 담겨있는 소라고둥, 바다에 사는 니노미야. 최고의 선물이었다. 떠나지 않겠다고, 여기에서 평생 사랑하겠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떠나고 싶지 않았다.

 

“-아이바?”

 

아이바는, 자신의 옷이 젖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바위 위로 몸을 걸치고 있던 니노미야를 끌어안았다. 잠깐만 아이바, 옷 젖는데-.

 

젖어가는 옷은 안중에도 없는 듯, 니노미야를 더욱 세게 안았다. 고마워요, 평생 간직할게요, 매일 들을 거니까, 나 잊으면 안 돼요. 물기 어린 목소리가 니노미야의 어깨에 닿아 뭉개진 발음으로 흘러나왔다. 나를 잊지말아달라는 아이바의 간절한 말에 니노미야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팔을 뻗어 아이바의 목을 감싸 안아 천천히, 걱정하지 말라는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바는 그저 자신을 떠나 행복하면 된다. 괴로운 것은, 한 명으로 충분하다.

 

첫 만남, 그리고 마지막의 장소에서 하염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머리 위로 함께 보는 마지막 달이 떠올라 그들을 비추고 있다.

 

-

 

아이바와 함께하는 마지막 날 밤이 지나가고, 떠오르지 말아달라고 빌었던 해가 떠오르자, 아이바는 그렇게 니노미야의 곁을 떠났다. 아이바의 떠나는 길을 배웅해주지 못하고, 니노미야는 그저 물속에서 멍하니 있었다. 아이바가 떠나기 전 아침에 따로 만나 헤어짐의 인사를 나눴다. 아이바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한바탕 쏟아진 눈물 뒤에는 아이바의 단단한 눈빛만 남아있었다. 헤어짐의 인사도 길지 않았다. 아이바의 마지막 한 마디는 보고싶을 거예요, 사랑해요, 같은 진심을 담은 고백이 아니었다. 2년 뒤에 봐요. 아이바는 니노미야의 미련을 소중히 간직한 채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결심을 니노미야에게 전했다. 아이바의 확신을 담은 곧은 눈빛을 보며, 니노미야는 아이바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아이바의 마지막 말을,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기대해도 되는 걸까. 마음이 흔들렸다. 아이바를 믿고싶었다.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빛에 기대고 싶었다. 하지만 니노미야에겐 기대가 제일 무서웠다.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 그 기대감 속에서 불안감과 함께 살아가야만 했다. 무서웠다. 아이바를 보내주기로 했는데 돌아오길 기대하는 자신도, 힘들게 한 결심을 흔들어 놓는 아이바도, 니노미야에게는 불안뿐이었다. 잔잔한 수면 같았던 니노미야의 삶에서, 아이바라는 파도가 밀려와 큰 파도를 만들었다. 너와 함께라면 온몸으로 맞을 수 있는 그런 파도. 나를 위해, 파도에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는 너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 번만, 니노미야는 딱 한 번만 욕심내자고 결심했다.

너를 믿고, 큰 파도와 싸울 것이다.

 

“기다릴게-, 이곳에서.”

 

너를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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