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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물보라를 타고

노부

"사랑해, 보고싶어."

 

소라고둥에 대고 속삭이는 아이바를 아야노가 한심하게 바라봤다.

 

"백날 천날 그래봐라 걔가 듣나."

"아냐 니노가 이렇게 하면 전해진다고 했어."

 

아야노가 한숨을 쉬었다. 그의 남동생 아이바 마사키는 나이 서른이 넘어서 몇 년을 사귀던 애인과 헤어지더니 상태가 영 신통치 못했다. 이 안타까운 중생은 자기 얼굴만한 소라고둥을 두 손으로 소중히 쥐고 입구에 입술을 거의 쑤셔넣은 채로 징징대는 중이었다.

 

"니노 내가 잘못했어... 보고싶어..."

"더이상은 못 봐주겠다. 나는 간다."

 

곧 아들이 하원할 시간이었다. 퇴근이 이른 김에 코우스케의 유치원과 가까운 동생의 집에 잠깐 들렀더니만 이 꼴이었다. 늘 간식거리가 있는 집이니 다과라도 얻어먹을까 해서 왔다가 다 큰 동생의 엉덩이를 걷어차서 침대 밖으로 꺼내고 면도나 시켜야 했다. (그 와중에도 품고있던 소라 껍데기는 내려놓지를 않았다.) 보상은 셀프로, 간식 찬장에 고이 장식되어있던 비싼 트러플을 잔뜩 집어먹었다.

 

"진짜 가?"

"그럼 가짜로 가냐."

 

찬장 앞에서 고민하던 아야노가 개별 포장된 만쥬도 몇 개 가방에 집어넣었다. 물론 가져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모양을 가져갈까 하는 고민이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벚꽃 모양이 아니라 앙금이 제일 꽉 찬 병아리 모양을 골라 털어가는 그는 다정하기보다는 대체로 냉정한 사람이었다.

 

"코스케한테 안부 전해줘."

"무슨 안부를. 느이 삼촌이 얼마나 한심한지 전해주면 되냐?"

"내가 그렇게... 한심해?"

 

아차, 다구치는 이마를 짚었다. '다메모드'의 남동생은 정말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코를 훌쩍이기 시작한 마사키가 그의 소맷자락을 물고 늘어지기 전에 자리를 뜨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가 현관문을 닫기 전에 마지막으로 희미하게 들린 소리는,

 

"니노 내가 한심해서 미안해 그치만 보고싶어..."

 

였다.

 

 

사랑은 물보라를 타고

 

nove

 

 

아야노 미유키는 10년 무사고 운전자였다. 뒷자석에서 다섯살 난 아들이 개별 포장된 병아리 만쥬를 두 손으로 쥐고 뽀시락대는 모습을 백미러로 지켜보다가도 신호가 바뀌면 칼 같이 차를 몰았다. 사거리에서 우아하게 코너를 돌면서 아야노는 핸들에 달린 버튼을 눌러 전화도 여유롭게 받았다. 남편 다이치였다. 원래 오늘 유치원 픽업 담당도 그였지만, 점심 때 쯤 두 살 난 미나가 고열이 나 급하게 병원에 간다는 연락이 왔었다. 

 

"미나는 어때?"

[주사맞고 지금은 자고있어. 퇴근하는 길이야?]

"응. 코스케, 아빠한테 인사해."

"아빠 안녕! 코스케는 병아리 만쥬를 기다리고 있어."

 

아야노가 주차장으로 진입하며 작게 웃었다. 집에 가서 먹자고 했더니 계속 기다리는 중인 모양이었다.

 

[안녕 코스케~ 마사키 삼촌네 집에 들렀어?]

"코스케는 유치원에서 바로 오는 길이고. 나만."

[처남은 좀 어때.]

"어떻긴 뭘 어때."

 

핸드폰으로 통화를 옮긴 아야노가 먼저 내려서 뒷자석으로 돌아와 아동용 시트의 벨트를 풀었다. 코스케는 얌전히 만쥬를 쥐고 차에서 내렸다.

 

[많이 힘들어 해?]

"트러플 네 개 만쥬 여섯 개 분만큼."

[큰일이네. 당신이 스위츠를 훔쳐올 정도면.]

"안 훔쳤어."

 

집에 들어서자마자 혼자 총총 화장실로 들어가 손을 씻고 돌아온 코스케가 아야노를 살짝 불렀다.

 

"병아리 만쥬 먹어도 돼요?"

"응. 냉장고에 쥬스랑 같이 먹어."

"네."

 

코스케는 냉장고에서 사과쥬스를 두개 꺼내서 하나는 아야노를 가져다 주었다. 하여튼 이런 걸 아야노는 따로 가르친 적이 없고, 다이치도 그렇게 헌신적인 타입은 아니었는데, 이런 착실한 다정함의 원천을 굳이 찾아보자면 꼭 그의 남동생과 닮았다. 자신에게는 유전되지 않은 아이바 가의 착실함이 대를 건너 뛰어 아들에게 흘러간 모양이었다.

 

"고마워. 잘 마실게."

[좋겠다.]

 

수화기 건너에서 한껏 부러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방금 코스케의 표정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알아서 그런 건 아닐테고.

 

"점심 못 먹었어?"

[정신 없어서. 이제 먹어야지.]

"그래. 저녁에 코스케랑 병원으로 갈게."

[알겠어. 그 전에 집에 갈 수 있으면 연락할게.]

"응."

 

아야노는 전화를 끊고 손바닥만한 병 쥬스를 원샷했다. 막 옷을 갈아입고 코스케의 유치원 수첩을 확인하려는데 다시 전화가 울렸다.

 

"왜. 저녁메뉴 골라줘?"

[아야노 미유키씨 되십니까?]

 

아야노가 발신자를 다시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였다.

 

"네. 그런데요."

[급히 세이카 병원으로 와주셔야겠습니다.]

"무슨 일이죠?"

[-.]

 

사과쥬스와 병아리 만쥬를 먹던 코스케는 언제나 강하고 꼿꼿하던 엄마가 갑자기 주저앉는 모습에 놀라 울음을 터트렸다.

 

*

아이바는 치바로 내려가는 차의 조수석에서 내내 말이 없었다. 원래 남매 둘다 시끄러운 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무거운 침묵이 익숙한 사이도 아니었기에 아야노가 괜히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아이바 소노코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 나이대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정한 사람이었다. 남매가 아직 어릴 때에 남편을 사고로 잃은 그는 재혼하는 일도 없이 혼자 일하며 미유키와 마사키를 넉넉히 쾌활하게 키웠다. 그의 직업이 연구원임을 생각해보면, 미유키의 빠릿한 멀티태스킹 능력은 그를 빼닮은 것이 분명했다. 

 

어머니가 무슨 연구를 하는지는 자식인 자신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집에 굴러다니는 논문의 첫장만 들춰봐도 일반인은 이름도 제대로 읽지 못할 정도로 길고 희한한 한자가 잔뜩 쓰여있어서 초록부터 읽기를 포기했었다. 다만 치바의 한적한 해안가에 세워진 하얀 연구소 건물이 굉장히 아름다웠다는 것만이 기억에 남았다. 어릴 때에야 어머니 심부름으로 몇 번 들어가 봤었지만, 어느 일에도 빠릿했던 만큼 공부도 곧잘 했던 아야노는 고등학생 때부터 도쿄로 유학을 갔기 때문에 나이가 찬 이후로는 근처에 가 본 경험도 별로 없었다. 아이바는 대학까지 치바의 집에서 다니면서 연구소장의 아들이란 빽으로 민간 사무원으로 아르바이트까지 했었기 때문에 좀 더 잘 알 수도 있었지만.

 

아스팔트 위로 점점이 떨어진 가로등의 불빛을 헤드라이트가 간헐적으로 잇는다. 흘끔 바라본 아이바는 잠들지도 않고 어두운 도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야노라고 해서 소노코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바는 야심많은 누나보다 어머니와 함께 지낸 시간이 더 길었으니 더 놀랐을지도 모른다. 

 

고향의 대형병원 - 아이바가 다니기도 했던 세이카 대학의 병원이었다 - 과 통화를 마친 아야노는 곧장 미나가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가서 코스케를 다이치에게 맡기고 그대로 아이바 집에 돌아갔다.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아이바는 오히려 담담해보였다.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그를 덮쳐서 넋이 나간 것에 더 가까워보이긴 했다. 아이바가 잠옷을 갈아입는 동안 그가 빠트릴 것이 분명한 안경집과 핸드폰, 지갑을 대신 가방에 쑤셔넣고 있던 아야노가 거실 테이블에 함께 놓여있던 소라고둥을 집어들었다. 추억의 물건인지 저주의 물건인지, 뭔진 몰라도 니노미야와 헤어지고 일주일을 이것만 쥐고 있었으니 일단 챙겨두는 편이 나중에 시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 

 

주차를 하고 접수처에서 확인을 하고 병실까지 다시 올라가는 동안 빨리 가봐야 달라질게 없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급했다. 성질 급한 양반이 혹시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자꾸만 구석에서 피어났다. 엘레베이터 안에서 심호흡을 하는데, 아이바가 조용히 손을 잡아왔다.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훌쩍 자란 손이었다. 키야, 언젠가의 방학에 집에 내려왔다가 거실 소파에서 낮잠을 자고있는 멀대같은 남자를 못알아보고 경찰을 부를뻔했을 정도로 갑자기 컸었지만, 손이란 건 키랑은 다른 성장을 하는 법이었다. 아야노도 그의 손을 꽉 마주잡았다. 남동생에게서 기어이 아야, 비명이 나오고 두 사람의 키득대는 소리가 엘레베이터를 채울 정도로 꽉 마주잡았다.

@2019 노부 │ twitterposty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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